DVS Online X TISTORY

역시 금요일은......

오늘(2019. 4. 18.) 대한민국의 언론자유지수가 41위를 차지하여 아시아에서 대만과 함께 언론 자유지수가 높은 국가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의 언론자유지수가 48위로 추락하였다는 씁쓸한 소식도 들려왔다.

그렇다면 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미국의 언론자유 순위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많은 이들과 세계 언론들이 트럼프의 오만과 독선 그리고 색깔론을 주요 원인으로 꼽지만, 사실은 트럼프가 집권하기 이전에도 미국의 언론자유는 후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였나? 23년 전인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96년 '미디어 인수합병법' 제정 - 미국의 언론자유가 위협받기 시작하다]

미국은 1996년 이전만 하더라도 세계 최강대국의 명성을 유지하면서도 전 세계에서 언론의 자유 수준이 가장 높은 국가, 민주주의 수준이 가장 높은 국가로 칭찬이 자자했다. 그런데 1996년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서는 저질러서는 안 될 큰 실수를 저질렀다. 바로 '미디어 소유 제한 철폐' 법을 제정한 일이었다. 당시 미국의 미디어는 GE사(General Electric) 산하의 NBC를 비롯한 거대 언론 이외에도 50여개가 넘었던 건전한 중소형 언론사들이 공정하게 경쟁했었다. 그런데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를 상대로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로비 전문가들을 활용해 미국 정부를 압박했다. 결국 미국 정부는 그들에게 항복하고 말았으며, 이후 재벌의 '언론 사냥'이 본격화되게 되었다. 이미 NBC 방송을 손에 쥐고 있던 GE사와 FOX TV를 운영하던 뉴스 코퍼레이션(현 뉴스코프/폭스 코퍼레이션)을 비롯해 많은 미국 언론들이 재벌의 손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월트 디즈니 픽처스(Walt Disney Pictures)는 ABC 방송과 ABC 산하의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을 먹어치웠고(2019년에는 루퍼트 머독 산하의 엔터테인먼트 재벌 21세기 폭스사도 인수했다. 정말 무서운 회사다.), 원자력 발전 사업으로 잘 알려진 웨스팅하우스사는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사회비판적이었던 CBS 방송을 인수했다. 이후 CBS 방송은 2000년 바이어컴(VIACOM)을 소유한 섬너 레드스톤에게 넘어갔다. 테드 터너가 세운 케이블 방송 전문회사 '터너 브로드캐스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사 주간지 '타임'지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영화사 '워너 브라더스'를 소유했던 '타임 워너(Time Warner)'에 넘어갔다. 이후 타임 워너사는 2001년 AOL사를 인수하고 인터넷에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다가 2018년 6월 AT&T에 인수되었고, 타임 지는 2014년 '메리디스(Meredith)'라는 잡지 전문 회사에게 또 인수되었다. 이렇게 미국 미디어의 90%가 거대 재벌들의 손에 넘어갔고, 미국 사회의 여론 다양성은 서서히 후퇴하게 되었다.

 

[그 대가는 - 언론자유 48위]

이렇게 가장 민주적이었다던 미국의 언론 시스템마저도 일본이나 중남미처럼 소수 재벌이 좌우하는 뒤틀린 언론환경으로 변질되면서 미국 언론에서는 자본과 권력에 대한 진정한 감시가 사라졌다. 예를 들어, 월트 디즈니 사의 캐릭터 상품이 저개발국 어린이들의 노동을 착취해서 만들어지는 '불공정 무역' 상품임이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ABC는 이에 대해 한 마디의 비판도 하지 않는다. 이민자들에 대한 비하와 모독 그리고 오만과 독선에 찬 도널드 트럼프의 비뚤어진 사고관에 대해 FOX뉴스와 뉴욕포스트는 동조한다. 재벌에 의해 언론이 좌우되니 미국 언론에서 비판 정신은 사라지고 미국의 미디어 시장은 민중의 입이 아니라 재벌과 정치권력의 투기장으로 타락하고 말았다. 미디어 인수합병으로 인해 뒤틀린 언론환경을 23년간 방치한 대가로 미국은 1776년 독립선언 이후 243년 만에 언론의 자유 지수가 45위권 밖으로 떨어진 것이다. 참담하다. 친일수구 족벌언론 조중동을 방치하면, 우리도 미국처럼 언론의 자유가 몰락할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도 미국처럼 미디어가 재벌로 변질되어 비판과 감시 기능을 잃지 않았는지, 재벌과 권력자들의 투기장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DVS, 미국 언론자유 몰락을 바라보며, 2019. 4. 18.>

네이버 블로그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손을 쏟다 보니(?)

트위터랑 티스토리는 텅....텅.... 비어가네요. (이참에 트위터와 티스토리를 정치시사 위주로 바꾸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