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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3월 8일)는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그러나 세계 여성의 날이 무슨 날인가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저 그냥 지나가는 날로 여기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세계 여성의 날이 무엇인지 아예 무관심한 사람들도 많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의 섬유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환경 개선과 임금인상, 그리고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개최한 것에서 유래하여 1977년 3월 8일 국제연합(UN)에서 공식적으로 제정되었다. 다시 말해 '세계 여성의 날'은 '세계 여성 차별 철폐의 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해마다 3월 8일이 지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여성 차별은 뿌리뽑히기는 커녕 심각해지는 추세다. 여성 국회의원이 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여성 국회의원 비중은 세계 121위 수준이다. 남성중심적인 정치문화가 개선되지 않음에 따라 여성 국회의원들의 비중도 낮아 남성중심적 관점의 정치, '아재 정치'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 노동자들은 또 어떠한가?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대부분의 직장에서 주체적인 존재보다는 남성들의 보조직을 맡거나 단순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직장문화 역시 남성중심적인 분위기가 몇 년 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고위직'에 포진한 남성들이 여성 노동자들을 따뜻하게 맞아줄까? 오히려 여성 노동자들을 도구처럼 취급하고 폭력과 폭언을 일삼으며 여성을 남성의 가부장적인 노예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성을 상품화하고 여성을 차별하는 상업주의는 세계 여성의 날이 지나간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상업주의의 대명사인 거대 기업은 평소에는 성 상품화를 부추기다가도 세계 여성의 날이 되면 그 날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여 수많은 여성들에게 마치 '주체적인 소비자들이 살리는 기업'인 것처럼 보이도록 꾸며 놓고 있다. 정작 세계 여성의 날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 거대 기업이 진정으로 여성들을 생각한 적이 있었는가?

 

이 세 가지는 세계 여성의 날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나라 이 사회의 큰 문제 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이 나라 이 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여성을 상품화하는 상업주의를 뿌리뽑지 않으면, 이 나라에서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해방과 여성 차별 철폐를 기념하는 의미있는 날이 아닌, 그저 그냥 해마다 지나가는 무의미한 날이 될지도 모른다.

 

2020년 3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