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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나 동아일보 못지않게 수구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중앙일보와 손석희 사장 이후 저널리즘이 가야 할 방향으로 떠오른 중앙일보 산하 종합편성채널 JTBC. 이 둘은 얼핏 보면 성향이 달라 '상극'일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중앙일보 그룹'이라는 언론그룹에 묶여 있고 더 나아가 '삼성'이라는 거대 자본에 둘러싸여 있다. 과연 이 나라의 언론은 얼마나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이미 재벌인 조선일보와 TV조선은 태생부터가 족벌집단이니 그렇다 치고, 비단 이 문제가 중앙일보와 JTBC만의 문제인가?

JTBC도 '조중동'의 굴레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사진은  중앙미디어네트워크 계열지도

[삼성과 중앙일보-JTBC의 관계]

알다시피 중앙일보는 1965년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에 의해 창간된 신문이 맞다. 삼성그룹은 이보다 1년 앞선 1964년 동양라디오와 동양텔레비전(TBC)을 통해 언론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1960~70년대 방송계를 호령한 동양라디오와 동양텔레비전(TBC)는 삼성을 날카롭게 비판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했을 무렵 삼성그룹의 대변인 노릇을 한 것이 중앙일보와 동양라디오, 동양텔레비전(TBC)다. 재벌의 비리에 굴복한 것이다. (태생이 재벌언론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2013년 정명환 전 대학교수가 펴낸 <인상과 편견>이라는 책에는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TBC 방송국과 신세계 백화점은 모두 이병철의 사업체다. 그는 자신의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자신이 소유한 텔레비전 방송사[=TBC]를 이용해 널리 알리고[=제일기획], 자신의 백화점[=신세계]에서 판다. 시민들은 그 광고를 보고 좋은 제품을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혜택을 얻지만, 그로 인해 영세 소매상인들은 파산하고, 시민은 그의 자본을 자꾸만 축적시키게 된다." 자본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 나라 언론과 자본에 마취당해 살아가는 이 나라 국민들의 비참한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구절은 2019년 현재 이 나라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중앙일보는 또 어떤가? 1980년 언론통폐합으로 인해 동양라디오, 동양FM, 동양텔레비전(TBC)을 신군부에 뺏긴 이후부터는 친재벌 성향과 함께 친정부적, 극우보수적 성향 또한 심화되어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함께 '3대 수구언론'으로 악명을 떨치게 된 곳이 중앙일보다. 이런 언론에서 손석희와 같은, 삼성을 향해 정면으로 돌직구를 날리는 비판적인 성향의 저널리스트가 나올 수 있는가? (역설적이게도 2013년 중앙일보 산하 방송 JTBC가 손석희를 보도부문 사장으로 영입하고 <JTBC 9시 뉴스(現 JTBC 뉴스룸)> 앵커로 취임하면서 JTBC와 중앙일보 사이에 상호비판, 상호견제 분위기가 생겨났다지만, 중앙일보도 JTBC도 여전히 자신들의 '태생적 토대'인 삼성그룹의 눈치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정수장학회와 MBC의 관계]

비단 중앙일보와 JTBC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공영방송을 표방하는 MBC는 어떠한가? '방송문화진흥회'라는 공적 기관이 지분의 70%를, '정수장학회'라는 사립 재단이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MBC는 민영방송이라고도 말하기 곤란하고, 공영방송이라고 단정내리기에도 복잡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30%의 지분'을 가진 정수장학회가 MBC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MBC가 정수장학회를 비판하는 보도를 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 1961년 5.16 쿠데타로 부산일보와 부산MBC(1961년 개국한 MBC 서울본사보다 2년 앞선 1959년 개국)가 박정희 군부정권에게 넘어가 버린 이후부터 MBC 역시 보수적인 성향을 띄게 되었다. MBC는 '공영방송'임을 표방해도, 여전히 '정수장학회'의 입김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이런 방송을 공영방송, 공중파 방송이라 부를 수 있는가? 역대 MBC의 경영진들은 왜 정수장학회를 비판하지 못하는가? 방송문화진흥회와 정수장학회의 주주총회 의결 때문이다. 진정 MBC가 공영방송이라면 정수장학회의 유혹을 떨쳐내고 국민들이 직접 사장을 뽑게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MBC는 왜 정수장학회 앞에 가면 작아지는가? 어쩌면 MBC의 실소유주는 정수장학회가 아닌가 싶다.

 

2013년 사망한 정수장학회 최필립 전 이사장과 정수장학회, 문화방송(MBC), 부산일보. MBC와 부산일보는 정수장학회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태영건설과 SBS, 현대그룹과 문화일보, 삼양사와 동아일보-채널A, 한국전력-YTN의 관계 또한 자본과 언론의 혈연관계]

삼성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중앙일보와 JTBC, 정수장학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MBC뿐 아니라 SBS도 문제가 있다. SBS가 어떤 방송인가? 1990년 노태우 정권 당시 불교방송(BBS), 평화방송(PBC) 등 신생 민영방송이 등장하면서 '민영방송 부활'이 대두되었고, 이를 토대로 1991년 3월 라디오, 1991년 12월 TV방송을 개국한 것이 SBS다. 물론, SBS의 소유주는 태영건설이다. SBS가 태영건설의 비리를 보도한 적이 있었을까? 없었다. SBS가 태영건설의 노동자 탄압을 비판할 수 있을까? 못 한다. 태생부터 태영건설의 하수인이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비단 중앙일보-JTBC, MBC, SBS만 자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문화일보'라는 신문은 또 어떠한가? 조중동 못지않게 극우성향이 강한 문화일보는 1991년 현대그룹에 의해 문화 전문 일간지로 창간하다 얼마 안 되어 종합지로 전환했다. 문화일보에서는 현대그룹과 그 후계 기업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이나 비리, 부패의 실상을 취재하지 않았다. 현대그룹이 만든 신문이었기에 재벌기업의 시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앞서 언급된 중앙일보, 문화일보, 그리고 태생부터가 족벌언론인 조선일보와 함께 수구언론의 대명사 중 하나인 '동아일보'와 그 산하 종합편성채널 '채널A'는 삼양사에서 자유로운가? 삼양사와 경방(구명칭 경성방직), 동아일보와 채널A는 서로 사돈지간을 구축하고 있다. 이것 때문에 동아일보와 채널A는 삼양사나 경방그룹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리와 갑질, 부패의 실상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나는 재벌이 만든 언론입니다'라고 스스로에게 커밍아웃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이들 못지않게 영향력이 큰, '24시간 한국의 뉴스채널'을 표방하는 YTN은 어떤가? 1997년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연합뉴스 통신사에서 YTN을 분리시켜 인수했는데, YTN은 한국전력의 비리와 부패, 노동조합 탄압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YTN도 자본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자신들 스스로 드러내고 말았다.

 

언론이 소수의 6개 자본에게 장악당한 미국의 현실

[언론이 자본권력에 장악당한 미국을 따라가는 이 나라]

지금까지 삼성그룹과 중앙일보-JTBC를 비롯하여 정수장학회와 MBC, 태영건설과 SBS, 현대그룹과 문화일보, 삼양사-경방그룹과 동아일보-채널A 그리고 한국전력과 YTN의 사례를 통해 자본과 언론의 '기막힌' 공생관계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나라에서는 자본권력을 향한 날카로운 저널리즘을 찾아볼 수가 없다. 미국만 봐도 그 답이 나온다. 미국도 우리 못지않게 (우리보다 30년 먼저) 자본권력에 언론이 장악당한 나라인데, 월트디즈니 픽처스가 ABC를, 바이아컴이 CBS를, GE가 NBC를, 루퍼트 머독이 FOX TV와 FOX 뉴스 그리고 뉴욕포스트 신문을, AT&T가 CNN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언론에서 자신들의 대주주를 비판하는 보도는 나올 수가 없게 되었고, 미국인은 자본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 자본권력에게 장악당한 미국 언론의 몰락을 따라갈 것인가? 이를 막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대안 언론(뉴스타파, 국민TV, 팩트TV, 고발뉴스, 미디어오늘....)을 통해 주권자가 주인 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자본권력에 장악당한 기업언론을 보면 볼수록, 우리는 재벌의 노예가 되어 물질주의에 빠져 인간적 가치를 외면하는, 삭막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기업언론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나 역시 여전히 조선일보나 MBC 등 기업미디어들을 통해 뉴스를 얻고 있는 현실이다.) 그들이 너무 비대하기에 우리로서는 그들을 막을 힘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손에는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대안 언론들 - 앞서 언급한 뉴스타파나 국민TV 등을 통해 기업언론이 감추는 진실을 알 수 있다. 나부터라도, 언론과 자본의 공생관계와 그 실상을 알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2019.8.27 D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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