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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7일, 국정감사 현장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어느 정부 때가 중립성을 보장받았는가?"라는 더민주당 이철희 의원의 질문에 "MB(이명박) 정부 때가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다"로 답변해 MB정권 때 온갖 반민주적인 작태가 난무하여 답답했던 국민들의 속을 한 번 더 뒤집어 놓아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MB가 노동자들의 철천지 원수, 서민의 적이라는 사실을 윤석열 씨는 알지 못한다. 윤석열은 MB 정권 출범 당시인 2008년 논산지청장에 임명되었다가 2009년에는 대검찰청 범죄정보 2담당관으로, 2010년에는 대검찰청 중수2과장으로, 2011년 대검 중수 1과장을 거쳐 2012년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장으로 승진하여 MB가 준 '승진'이라는 달콤한 특혜에 마취되어 권력이 되었다.

MB 때가 쿨했다고? MB 때문에 국민들은 지옥맛이었는데?

더 가관인 것은 2018년 3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씨가 MB에게 자신이 사용하는 K9(기아자동차 제조) 승용차를 호송차로 '무상 대여'하여 MB를 예우했다는 것이다. 생각해 봐라. MB와 윤석열 모두 헌법 위에 군림해 특권을 누렸던 권력이며, 그들이 서로 특권과 뇌물을 누리면서 공생해왔다는 사실을 곱씹어 보면, 아주 가관이어도 한참 가관이라는 사실이다. MB를 단죄하고 엄벌해야 할 서울중앙지검장이 MB에게 '무상 관용차'를 주다니. 이건 정말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어디 MB만 찬양했는가? 2019년 7월 6일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였던 윤석열 씨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병우는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검사다"라고 답변한 적도 있었다. 소름끼친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에 대한 수사를 막고, 국가 과실치사 책임을 은폐한 것도 모자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은폐하려던 '세월호 참사 공범' 우병우가 유능하고 책임감 있다니! 세월호 유가족이 들었다면 통곡하고 분노했을 것이다. 이러한 발언들은 윤석열이 얼마나 이명박근혜 시대 적폐들에 대한 경각심이나 경계심이 하나도 없는 '이명박근혜 회귀론자'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주고 있는 확실한 증거라 할 수 있다.

MB와 윤석열은 한패다. 특권과 기득권, 뇌물이라는 '3대 악' 앞에서 말이다.

더 한심한 것은 부정부패가 만연했고 시민의 자유가 질식했던 MB(이명박) 정권 때를 중립적이었고 쿨했다고 자랑하고, 유신의 딸 GH(박근혜) 정권의 오른팔이었던 우병우를 유능하고 책임감 있다고 칭찬하는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는 2017년 대통령 후보 시절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사법 및 검찰개혁'을 이루겠다고 촛불시민과 약속했지만, 이제는 그것마저도 내팽겨치고 물 건너 가버렸다. 대신 MB 정권을 그리워하고, 법꾸라지 우병우를 찬양하는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면서 개혁은 커녕 검찰의 권력강화를 부추겨 촛불시민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 문재인이 얼마나 철학 없는 기회주의자로 전락했는가를, 그가 속한 더민주당도 자한당과 다를 바 없는 양대 우파 기득권이 되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역사에 남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각성하고 촛불시민 앞에서 사죄하라. 그게 시대의 명령이다.

 

2020년 1월 20일

'아파르트헤이트'. 이 말은 194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당시 남아프리카 연방국) 백인 정권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이에 저항하는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을 주류사회에서 배제시키고 탄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명이다. 이들은 흑인과 백인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았다. 각자 사용하는 시설을 분리시키는 것도 모자라, 흑인들의 저항 투쟁을 억압하는 도구이기도 했다. 이후 아파르트헤이트 제도는 1990년 인권운동가였던 넬슨 만델라의 석방으로 서서히 종식되기 시작하여 1994년부터는 완전히 철폐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이 지구상에는 아파르트헤이트를 자행하는 국가가 수두룩하다. 영국과 프랑스는 19세기 아프리카를 식민 지배하고 제멋대로 국경선을 그어 아프리카의 수많은 부족들을 갈등과 가난의 수렁으로 몰아 넣었다. 벨기에는 자이르 땅에 '콩고 자유국'을 세웠으나 그곳에 '자유'는 전혀 없었고, 벨기에는 콩고 원주민들을 무자비하게 수탈했다. 독일은 나미비아를 점령하고 헤레로 족을 무자비하게 탄압했고, 2차 세계대전 시기 동안 유태인과 집시들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강제로 감금시키고 고문시킨 홀로코스트 학살을 저질렀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탄압과 학살을 현재도 저지르고 있다. 나치스 학살 피해자였던 유태인들이 이제는 팔레스타인 인들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있다.

 

세계를 지배하는 중국, 일본, 미국 강대국 트로이카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현재도 자신들과 종교 및 문화가 다른 위구르족과 티베트족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그들의 고유한 문화와 언어, 전통까지 파괴하고 있다. 일본은 재일한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있고 외국인과 이민자들을 배척하고 멸시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35년 간 이 나라 이 민족을 노예로 부려먹고 수탈하여 배를 불렸다.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은 어떠한가? 미국도 아파르트헤이트 국가였다. 미국 백인들은 자신들끼리 먹고 살기 위해 평화롭게 살던 원주민들을 보호구역으로 쫓아내고 마구잡이로 학살했다. 게다가 1808년 이전에는 흑인 노예제까지 있었다니, 이 정도면 할 말을 잃었다. 여기에다가 미국 내에서도 인종차별은 현재진행형이고, 20세기 이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예멘 등 중동을 전쟁터로 만들어 많은 중동 난민들을 대거 양산하고 있으니,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도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라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언론이나 학교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이 나라도 아파르트헤이트 국가였다. 호남인들에 대한 차별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은 차령산맥 이남의 땅을 '배반의 땅'으로 간주하고 그곳 출신 인사들을 등용하지 말라고 지령을 내렸다. 이후 호남차별은 지금까지도 이 나라의 악습으로 남아 있다. 극우사이트 일베가 저지르는 짓을 보라! 호남인들을 '홍어'라고 욕하질 않나! 또한 1970년대 우리 군의 베트남 국민 학살 또한 아파르트헤이트다. 평화를 수호하겠다는 명분 하에 멀쩡하게 살던 베트남 국민들의 평화로운 삶을 파괴했으니. 이쯤 되면 우리도 일본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이런 야만스러운 아파르트헤이트 막가파 세상에서 과연 사람사는 세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

세습. 사전적 의미로는 '한 집안의 재산이나 신분, 직업 따위를 대대로 물려주고 물려받음.'을 의미한다. 즉, 다시 말해 세습은 '어떠한 재산이나 신분, 직업 등을 이어 받는다'는 뜻이다.

이러한 '세습'하면 우리는 흔히 북한의 '김일성 3대 세습 왕조'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그것뿐 아니라 이 나라의 주변에서도 세습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북한의 '김일성 왕조'는 대표적인 세습의 사례이다. 그림에서 가운데가 김일성, 오른쪽이 김정일, 왼쪽이 김정은으로, 이들 셋은 북한의 기득권 세력을 상징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오른쪽)과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 박정희-박근혜는 이 나라의 대표적인 세습 정치인이다.

 

[정치 세습]

먼저 정치부터 바라보자. '경제성장'과 '유신독재'라는 두 얼굴을 가진 박정희 전 대통령(1961년 5월 16일 쿠데타로 집권, 1979년 10월 26일 총격 사망)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2013년 2월 25일 취임, 2017년 3월 10일 파면)은 우리 사회 대표적인 '세습' 정치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1993년 2월 25일 취임, 1998년 2월 24일 임기종료)의 손자 김현철 씨, 일제강점기 일제에게서 남작 작위를 받은 친일파 남덕희의 손자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을 거쳐 의원직을 연임한 유수호 의원과 그 손자인 바른미래당(구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이 나라의 정치판은 세습 의원들이 절반 이상이다. 그들 중에 진심으로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할 줄 알며 개혁을 추구하려는 인물이 있었을까? 없었다. (특히 박근혜를 보노라면 박정희 유신독재가 떠오른다.) 대다수의 언론은 우리나라 정치판에도 세습 문화가 공공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재벌 세습]

그 다음으로 재벌 세습이다. 사실 재벌 자체가 세습이다. 정치판만 세습이 판치는가? 대한민국 재벌기업의 세습은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혼맥과 혈연관계'와 '지분관계'가 뒤섞인 '혼종'이다. (미국도 제2차 세계대전 종료 이전에는 재벌체제였다. 그러나 1945년 이후 미국의 기업들은 재벌체제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기 시작했다.) 삼성의 이병철-이건희-이재용, 현대의 정주영-정몽준-정몽구는 대표적인 재벌 세습의 사례다. 그 이외에도 LG의 구인회 가문, SK의 최종현 가문 등이 대표적인 재벌 세습 가문이다. 이들 중에 진심으로 투명한 경제 활동을 보장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적거나 거의 '없다'. 재벌 세습은 경제의 건강한 성장과 소규모 경제 주체의 자립을 방해하는 심각한 요인 중 하나다. 이를 뿌리뽑지 못하면 경제마저 '후진화'되어 소수 족벌 세습가문이 나라를 지배하는 필리핀이나 베네수엘라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렵다.

 

[종교계 세습]

종교계는 또 어떠한가? 대형 교회에서 목사 직위를 손자나 사위에게 물려 받는 풍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이 대목에서 갑자기 북한의 왕조 세습이 떠오른다.) 일부 목회자들은 '교차 세습'에 '합병 세습'까지 한다. 교회가 무슨 대기업도 아니고 말이다. 이단 사이비로 가면 더 심각해진다.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신ㅊ지의 이ㅁ희 교주와 하ㄴ님의교회 안ㅅ홍, 장ㄱ자 교주는 '변칙 세습'을 일삼고, 통일교의 문ㅅ명 교주는 대대로 세습하기로 악명높다. 종교에까지 세습이 판치는 세상에서 과연 진정한 정의와 공의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조선일보 방씨 세습 가문

 

[언론계 세습]

언론계는 앞서 다룬 정치, 재벌, 종교계를 뛰어넘은 '세습 천국'이다. 태생부터가 족벌집단인 조선일보만 봐도 일제 말기 친일행위를 저지른(비행기 헌납) 방응모부터 시작해 방우영, 방상훈에 이르기까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못지 않게 '3대 세습'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또 어떠한가? 역시 중앙일보도 일제강점기 친일 행적이 존재하는 판사 홍진기부터 시작해 동양텔레비전(TBC)와 동양라디오, 동양FM의 홍두표, 그리고 현재 중앙일보 미디어그룹 회장인 홍석현에 이르기까지 '세습'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역시 일제말기 친일 행위로 문제가 된 인촌 김성수를 비롯, 김학준, 김재호 사장에 이르기까지 세습을 하고 있다. 이들 매체는 북한의 '3대 세습'은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경영 세습과 위법행위에는 눈을 감는다. 작년(2018년) 발생한 조선일보 산하 종합편성방송 TV조선 전 대표이사 방정오 씨의 딸이 운전기사에게 폭언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침묵을 지킨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람들이 언론을 지배하니 국민들이 언론을 불신할 수밖에 없다.

 

[세습의 사슬을 끊자]

지금까지 이 나라를 지배하는 '4대 세습' - 정치, 경제, 종교, 언론에 만연한 세습 문화를 살펴보았다. 세습 문화는 현대판 카스트제다. 즉 다시 말해 '한 번 정해지면 바뀔 수 없는' '자유롭게 직무를 옮길 수도 없고 세대 교체도 일어날 수 없는' '야만적인' 구조가 바로 세습문화다. 이러한 야만적인 세습문화를 타파하는 것은 민중들이 끝없이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가, 우리가 이렇게 마취당한 채 살아도 좋은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가지고, 세습문화가 지배하는 세상을 완전히 바꾸기 위해 세습문화와 싸우는 수밖에는 없다. 이 나라의 국민들이여, 헌법을 읽음으로서 '평등'의 의미를 알아감으로 헌법의 '평등'에 위배되는 특권적 세습문화에 맞서 저항하라. 그것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여는 첫 문이 될 것이다. [2019.9.7 DVS]

 

<여러분의 공감 하나가 DVS 논평에 큰 힘이 됩니다>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에 이런 청원이 올라와 있다. "한때 지상파 방송을 좋아했던 국민입니다. 2017년 방송통신 위원회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KBS, MBC, SBS 3사 모두 재허가 기준 점수를 넘지 못했다고 알렸습니다. KBS 1TV(채널 9번)는 646.31점, KBS 2TV(채널 7번)는 641.60점, MBC(채널 11번)는 616.31점, SBS(채널 6번)는 647.20점으로 기준점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종합편성채널 JTBC(채널 15번)는 85.37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3관왕에 등극했습니다. 결론 내리면, KBS, MBC, SBS를 폐지시키고 JTBC를 지상파로 승격시켜, 수신료를 모아 JTBC에게 주고 EBS 수신료도 JTBC가 담당하게 해야 합니다." 내가 이 청원을 봤을 때 '이게 뭐지?' 싶더니, 이 청원의 배경에는 공중파의 타락이 배경에 깔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느 국민청원 - KBS, MBC, SBS를 없애고 JTBC를 공중파로 승격시켜 달라는 내용.>

 

[공중파 3사의 속성 : 비판 기능보다 오락 기능이 좋아!]

사실 KBS, MBC, SBS 모두 공공성이나 매체의 비판 기능보다는 오락 기능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언론판을 황폐화시킨 이명박근혜 이전에도 심각한 문제였다. (1970~80년대 군사독재 시절(1980년 이전에는 KBS-MBC-TBC)은 말할 것도 없다.) 1993년 '문민 정부'를 표방하는 김영삼 정권이 들어선 이후부터 KBS, MBC, SBS는 오락 기능에 본격적으로 몰입하기 시작한다. 이들 오락 프로그램은 신변잡기나 시시껄렁한 억지웃음을 대부분 포함했으며,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 등 상업방송이 발달한 국가들의 TV 프로그램을 마구잡이로 베꼈는데 (이 나라의 방송은 공교롭게도 그들의 영향을 받고 자랐다. 유럽이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타국 방송을 베낀 해당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과 방송위원회, 시청자단체의 비판을 받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반면 이들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들, <추적 60분(KBS)>이나 <PD수첩(MBC)>, <시사매거진 2580(MBC)>, <그것이 알고 싶다(SBS)>와 같은, 비판 기능에 충실한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그것도 심야)에 주로 편성되어 (물론 그 당시에는 낮방송이 없었던 아침방송(오전 6:00~11:00)-오후방송(오후 5:00~ 다음 날 오전 1:00) 2원제였으므로 9시 혹은 8시 메인뉴스가 끝나는 9:40 혹은 8:40부터 심야시간대로 직행했다.) 명맥만 유지하고 말았다. 즉, 공중파 3사는 언론으로서 가져야 할 비판적 저널리즘을 소홀히 하고 시청자를 마취시키는 자극적 오락 기능에만 매몰된 채 스스로 가치 없는 매체임을 자신들도 인정하고 말았다.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공중파 3사는 비판 기능보다 오락 기능에 더욱 더 신경을 쓰기 시작하더니, 언론 황폐화의 주범 이명박근혜 시기부터는 완전히 '오락 방송'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실제로 2010년 MBC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뉴스 후>와 <W>를 폐지하고 음악전문 방송 M넷의 <슈퍼스타 K> 시리즈를 본딴 <위대한 탄생>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과 언론학자, 언론노조 등 시민사회에서는 "공영성이 후퇴한다"고 비판했으나 MBC 경영진들은 입을 닫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버린 2019년 현재, 오늘날 많은 이들이 KBS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9시 뉴스>나 <추적 60분>이 아닌 <1박 2일>이나 <뮤직뱅크>,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떠올리고, MBC 하면 <뉴스데스크>나 <PD수첩>이 아닌 <무한도전>, <쇼! 음악중심>, <복면가왕>을 더 많이 떠올린다. SBS 하면 <8시 뉴스>나 <그것이 알고 싶다>가 아닌 <런닝맨>을 더 많이 떠올리는 젊은이들도 있다. (허나 요즘 젊은이들은 공중파가 너무 시시해져서인지, tvN이나 JTBC 등 엔터테인먼트 종합 편성채널로 몰려 가고 있지만, 여전히 공중파 예능은 고정 시청자가 몇몇 남아 있어 위력이 강한 편이다. 반면 탐사보도 프로그램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이게 언론이 맞나 의심스럽다.) 결국 KBS, MBC, SBS 모두 비판기능을 상실하고, 저널리즘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미디어로서의 성격이 고착화되었고, tvN 뺨 치는 오락방송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민주국가의 방송이 저 수준이라니! 우리보다 '방송 오락화'의 폐해를 먼저 겪은 대만 못지 않게 처참해지고 만 것이다.

 

[시청률 지상주의와 자본의 유혹 : 공익을 포기하고 오락을 권장하라]

그렇다면 공중파 3사가 시민과 시청자단체의 욕을 '겁나게' 먹어도 버티는 이유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것은 바로 자본의 논리, 즉 '하늘을 찌르듯 올라갈까 내려갈까' 하는 시청률 논리와 '풍부한 광고수익으로 방송사의 배를 불룩하게 채우는' 자본의 유혹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뒤틀린 나라는 일본이 대표적이다. (당장 요미우리신문 산하의 NTV나 산케이신문 산하의 후지TV만 하더라도 <JTBC 뉴스룸>이나 <국민TV 뉴스K> 같은 수준 높은 보도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가 없다. 대신 온통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저질 포르노' 수준의 시시껄렁한 오락방송만 판친다.) 시청률 지상주의와 자본에 유혹에 물들어 타락한 공중파가 판을 치는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방송사들이 권력이나 재벌을 비판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권력[=자민당]과 친하고 자본[=우익기업]과 한 몸이 되어 그들을 '스포트라이트'에 오르게 하는 데는 1등이다.) 이 나라도 일본과 다를 게 없다. (어느 정부가 와도 KBS의 고질병인 '대통령이 사장 선임하기'는 계속되고, MBC는 정수장학회를 비판하는 보도를 아직도 못 하고, SBS는 여전히 태영건설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니....) 흔히들 방송계에서 가장 비판받는 곳은 막말-극우 일색의 TV조선과 채널A지만, KBS, MBC, SBS도 TV조선, 채널A 저리가라 할 정도의 '막장성'을 보여준다. 아침 시간대와 초저녁 시간대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막장 드라마'만 봐도 알 수 있다. 막장 드라마는 불륜,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등 '너무나도 뻔한 설정'에 치우쳐 있어 자극성은 있을지라도, 교훈이나 깊이가 없을 뿐더러, '며느리는 이래야 한다' '사위는 이렇게 해야 한다', '여자는 이렇게 해야 한다' 등 여성차별적 이데올로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데 1등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순간 우리는 여성차별적이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에 아무렇지 않게 마취되는 셈이다. 끔찍하지 않은가?

어디 '막장 드라마'만 그럴까? 먹는 방송, 소위 '먹방'도 문제가 있다. 좁게는 KBS 2TV의 맛집 방송 '생생 정보통'부터 넓게는 CU미디어의 '맛있는 녀석들'이나 SBS '백종원의 골목 식당'에 이르기까지, TV는 '먹는 방송'에 점령당했다. 이런 방송에서 해당 식품이 가진 영양학적, 질적 문제점을 제대로 검증하는 담당자는 하나도 없다. 그저 '이거 맛있어요, 저거 맛있어요' 이런 소리나 나올 뿐이다. 이거 무슨 '아프리카TV'나 '유튜브' 같은 개인방송 혹은 동영상 사이트도 아니고 말이다. 이러한 '먹방'들이 넘쳐날수록, 음식의 질이나 건강 문제와 관련된 주제는 갈수록 줄 수 밖에 없다. 결국 우리의 눈과 귀는 그렇게 '획일화'된다. 이렇게 공중파들은 공익과 비판기능의 사명을 다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는 내팽겨 쳤고, 시청률과 자본의 광고수입을 '빵빵하게' 보장할 막장드라마와 먹방으로 무장했으니, 결국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공중파 3사 자신들만 모르고 있는 셈이다.

 

[처참한 대가 : TV조선, 채널A 부럽지 않은 '불량 언론']

그 대가로 KBS, MBC, SBS 모두 2017년 말 재허가 탈락수준의 점수를 받고, (그리고 드디어 2019년부터) 적자가 나도, 막장드라마와 먹방을 못 버리고, 시청률에 좌우되고, 권력과 자본에 대한 날카로운 보도를 기대할 수도 없게 되었다. 막장 방송의 대명사 'TV조선'과 '채널A'도 울고 갈 수준이다. 정말이지 TV조선과 채널A 못지않은, 아니지, TV조선이나 채널A보다 훨씬 더 건강한 문화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 공중파들이다. TV조선과 채널A는 극우 뉴라이트 성향의 패널들과 필터링 없는 막말로 먹고 살고, KBS MBC SBS는 막장드라마와 먹방으로 먹고 살고 있으니, 이런 나라에서 건강한 문화가 꽃피울 수 있을까? 이런 방송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주인다운 삶, 도덕적인 삶을 살 수 있는가? 그나마 JTBC와 EBS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JTBC를 공중파-공영방송으로 승격시켜 시청료도 JTBC가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중동이 여론을 좌우하는 현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JTBC도 손석희가 떠나면 도로 '조중동 방송'으로 전락하기 쉽고 (더 나아가 '삼성 신문 중앙일보의 방송사'로 추락할 수도 있다.), EBS는 아직도 교육과 문화예술 및 교양 기능에만 치우쳐 있어, 교육방송으로 시작해(1952년 NET[미국국립교육텔레비전]으로 방송개시) 정치시사 현안까지 다루는 미국의 PBS[미국공영방송서비스재단]와는 달리 여전히 '교육 방송'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을 보노라면 정말 이 나라의 방송이 JTBC와 EBS를 제외하면 극도의 도덕적 타락과 우편향성에 빠져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현실에서 우리가 살 길은, [개인이 해야 할 일로]공중파에 숨은 이데올로기의 실상을 깨닫고, 그들의 마취에서 벗어나 헌법을 읽어 민주의식, 주인의식을 키우고, [사회가 해야 할 일로는] 대안언론(뉴스타파, 팩트TV, 국민TV, 미디어오늘 등)을 권장하여 공중파가 가르쳐 주지 않는, 세상의 진실을 알고 깨어나는 일밖에는 없다. 권력과 자본에 점령당해 썩은 기자들이 판 치는 공중파에 어떻게 희망이 존재하는가? 없다. 결국 썩은 세상을 걷어낼 '희망'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권력과 자본의 사슬에서 벗어나 조금만이라도, 자유로워지자. [2019.9.6 D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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