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S 논평2019.08.28 10:19

조국 교수의 법무장관 취임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수많은 언론은 특종의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조국 교수 문제만 헤드라인에 도배되어 갈 때, 가습기살균제로 고통 받는 사람들과 불법파견으로 노동인권을 침해당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신문에도 TV 뉴스에도 없었다.

 

이러한 사회적 참사에 경각심을 가지는 언론은 tbs TV를 비롯한 극소수에 불과하다.

[가습기살균제로 고통 받는 사람들, 방송사들 눈엔 '안 보인다']

어제(8.27)와 오늘(8.28) 이틀에 걸쳐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관한 청문회가 진행 중이고, 기업 분야, 정부 분야, 피해지원 분야로 나뉘어 개최된다고 한다. 8년 전(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일으킨 기업들을 엄벌했어야 하지만, 제대로 엄벌하지 못했다.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가해 기업들을 단죄하기는 커녕 그들과 유착하여 사태를 '나몰라라'했다. 더군더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일으킨 기업들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도 안 했고, 참사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언론은 이들 기업을 비판하기는 커녕 침묵으로 방관했다. 정부와 기업, 언론 모두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공범'이 된 셈이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가습기살균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신문사들과 공중파 방송 3사, 종합편성방송 등 보수적인 기업언론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절규에 하나같이 눈과 귀와 입을 '닫아 버렸다.' 어제(8.27) KBS가 제1방송(채널 9번)을 통해 오전에 잠깐 생중계한 것을 빼면,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 진상규명 청문회를 중계한 방송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디 KBS뿐인가, 껍데기만 '종합편성'인 TV조선과 채널A는 태생부터가 친권력-친재벌-친일수구 뉴라이트 극우방송이니 그렇다 치고, 제2공영방송이라는 MBC도, 상업방송인 SBS도, JTBC도, 공정과 신뢰를 표방한다는 MBN도, 24시간 뉴스를 추구하는 YTN도 이 현장을 외면했다. KBS, MBC가 이러고도 공영방송이 맞는가 의심스럽다. 진정한 공영방송이라면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를 생중계하여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필터링 없이 보여주어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마땅하다.) 그나마 서울특별시 산하 tbs TV 정도가 구체적인 중계 일정을 잡았을 정도랄까. 그렇게 언론들이 조국 교수의 사생활을 캐내는 데 정신이 팔린 동안,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절규는 잊혀 갔다. 정말, 이러고도 '공영방송 정상화'된 거 맞나? 의심만 늘어간다.

 

[현대기아차와 아사히 글라스 노동자들의 절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어디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목소리만 잊혔을까?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그리고 일본 아사히글라스사의 노동자들은 또 어떠한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아사히글라스의 노동자들은 경영진들의 불법파견으로 인해 노동인권을 박탈당하고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멸시까지 받았다. 그리고 이에 대해 법원이 판결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언론은 이들 판결을 외면하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수구족벌언론의 대명사 조선일보를 비롯한 상업언론들은 노동조합의 폭력성만 부각했을 뿐, 그들이 왜 투쟁하는가, 그들이 왜 제대로 임금도 못 받고 경영진들의 무자비한 탄압에 시달려 고생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한 마디의 언급조차도 없었다. 언론들이 조국 교수의 사생활 스캔들을 줄줄이 보도하고 있는 동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일본 아사히글라스사 경영진의 비정규직 양산과 노동조합 탄압은 계속되었고, 수많은 노동자들은 경영진의 탐욕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주목하는 언론은 아무도 없었다. 이 나라의 언론은 자신들이 마땅히 해야 할 사회적 책무를 헌신짝처럼 내다 던졌고, 오로지 특종경쟁과 시청률, 영업수익에만 눈 먼 '황색 쓰레기 언론'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의 회견

[특권언론이 좌우하는 베네수엘라 - '침묵 저널리즘'이 지배하는 나라의 대표적인 예]

이런 사례가 계속되면 특권언론이 국가를 좌우하는 '남미의 악몽(惡夢)' 베네수엘라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여담으로 베네수엘라에도 조선일보 못지않은 족벌언론 집단이 존재한다. 바로 '시스네로스' 그룹인데, 이 회사는 조선일보의 몇 십배로 규모가 상당하며(현지 시청률 1위 공중파 TV 방송사 '베네비시온(Venevisión, 카라카스 채널 4번)'이 이 회사의 주력 계열사다.), 베네수엘라를 넘어선 중남미 1위의 언론기업이다. 문제는 시스네로스와 그 산하 방송사 '베네비시온'이 베네수엘라 최대 언론재벌로 군림하는 동안 베네수엘라의 극심한 빈부격차, 파탄 나 버린 민생 경제, 범죄로 멍드는 베네수엘라 어린이들의 현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고통받는 베네수엘라 현지 노동자들, 극단주의 성향의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의 독선과 오만 그리고 폭력적인 통치에 저항하여 목숨 걸고 시위하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절규 등 '남미 최대 부국'에서 '바람 잘 날 없는 파탄난 나라'로 추락한 베네수엘라의 비참한 실상을 외면했다는 점이다. (비단 '베네비시온' 뿐 아니라 '텔레벤(Televen)'도 '글로보비시온(Globovisión)'도 마찬가지다. 베네수엘라의 실상을 다룬 뉴스들은 CNN이나 BBC 등 '외국 언론'에는 자주 나오지만, 베네수엘라 언론에는 그 뉴스가 나올 리 없다. 권위주의적이고 독재적인 '막장 폭군'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SNS를 손 대면서도 특권언론 베네비시온과 공생하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향은 2007년 차베스 대통령이 자신에게 까탈스러웠던 독립, 진보 성향의 공중파 TV '라디오 카라카스 텔레비시온(Radio Caracas Televisión/RCTV)' 방송국을 강제 폐쇄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노동자들의 절규, 참사 피해자들의 절규 등 낮은 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해 온 우리 언론의 모습을 보노라면 '침묵 저널리즘'에 빠진 베네수엘라를 좌우하는 특권언론들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베네수엘라의 처참한 실상에 눈 감은 베네수엘라 특권 언론들, 노동자의 고통과 참사 피해자에 눈물에 눈 감은 이 나라 언론과 흡사하다

['침묵 저널리즘'이여 안녕!]

이 글을 쓰는 나는 이러한 현상을 '침묵 저널리즘'이라 말하겠다. '침묵 저널리즘'이란, 노동자나 참사 피해자,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 우리 사회에서 버려지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언론의 오만하고 이기적인 태도를 의미하는데, 여기 언급된 우리나라나 베네수엘라 같이 특권언론, 족벌언론이 지배하는 국가에서 자주 있는 현상이라고 나는 본다.

이러한 '침묵 저널리즘'의 시대를 깨려면 주권자인 우리 모두의 노력 외에는 별다른 길이 없다. 노동자, 여성, 장애인, 이주민, 참사 피해자 등 주류사회에서 홀대받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대안 언론을 통해 주류 매체가 외면하는 그들의 처참한 실상을 알아가고, 주류 매체가 그들의 목소리에도 관심을 기울이도록 주류 매체를 '지속적으로'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장만 바뀌면 달라지겠지'하는 생각으로는 그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장이 바뀐다 하더라고 주류 매체의 상업성과 특종경쟁 지상주의는 불변(不變)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KBS와 MBC의 사장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그들에 대해 실망하기도 한다. 상업성과 특종경쟁이라는 '오랜 적폐'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디 언론들이 제발 이성을 되찾고, 노동자와 참사피해자의 목소리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공익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말로만 '공익' 외치지 말고, 진짜 행동으로 옮기는 언론을 봤으면 좋겠다. [2019.8.28 D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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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S 논평2019.08.24 23:14

요즘 조국 교수의 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이 나라의 언론은 조중동부터 한겨레까지 조국 교수의 가정생활부터 돈까지 캐내느라 참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그런데 그러는 동안 정작 보도해야 할 가치있는 뉴스들은 다 '잘려 나갔다'. 무엇이 잘려나갔을까?

 

조국 교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절규부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까지, 조중동도 한겨레도 MBC도 JTBC도 TV조선도 침묵했다]

그 동안 이 나라의 언론은 자본과 권력의 거수기가 되어버려 '이명박근혜 시대'에서 시계가 멈추어 버렸다. 즉 '보수화' '상업화' '획일화'에 다 같이 빠져버린 것이다. 특히 2011년 12월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언론에게 방송까지 만들어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정치스캔들부터 사건사고, 연예인 사생활까지. 이것이 이 나라 언론의 현실이다. 이 나라의 언론이 조국교수 사생활을 '시시콜콜' 캐내는 동안 많고 많은 중요한 뉴스들이 모두 매장되었다. 그 시간 동안 언론이 보도해야 할, 노동자, 서민, 약소민족의 이야기는 1면이나 헤드라인에도 안 나왔다. (단신뉴스조차도 나오질 않았다!) 이 나라의 언론들이 조국 교수의 사생활을 캐내는 동안 나라 안팎에서는 보도해야 하는 진짜 뉴스들이 수두룩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탐욕적 법인분할에 맞서 투쟁하고 있었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고통받고 있었으며, 수많은 통일운동가들은 국가보안법으로 생고생하고 있었으며, 세월호 유가족은 오늘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면서 결연하게 투쟁했고, 티베트인들은 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목숨을 잃고 있었고, 팔레스타인 인들은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쓰러져 가고 있었고, 오키나와 인들은 일본의 차별과 멸시로 고통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주목하는 언론은 없었다. (오히려 고발뉴스,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국민TV, 팩트TV 등 대안 언론만이 이 문제를 주목했다.) 이 나라의 언론은 이런 잔혹한 현실을 폭로하기는 커녕 외면해 왔으며 조국 교수의 사생활이나 연예인 스캔들을 보도하느라, 자신들의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조중동도 한겨레도 KBS MBC SBS도 JTBC TV조선도 모두 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특종 경쟁에 눈 먼 언론들의 미래는 대만?]

이런 비슷한 사례를 가진 나라로 미국(거대자본이 언론 장악), 이탈리아(언론재벌가가 총리까지 역임), 일본(신문과 방송이 전 국민 우민화), 베네수엘라(특권언론이 국가 좌우), 대만(언론사 난립) 등이 있는데, 우리의 상황과 비슷한 곳은 대만 되시겠다. 대만도 우리 못지않게 언론사들이 많다. 다만 그곳도 우리 못지않게 위에 언급한 중요한 뉴스들이 매장되어버린 대신 스캔들이나 사생활 털기가 언론보도의 주류가 되어버렸다. 국민당 편 드는 언론과 민진당 편 드는 언론이 상호 양당의 스캔들을 가지고 시시콜콜하게 보도하느라 대만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대만 서민들의 빈부격차에 대한 비판을 할 줄 모른다. 조국 교수 사생활을 캐내는 보도에 급급한 이 나라가 '언론이 타락한 국가' 대만의 모습을 닮아가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2019.8.24 D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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