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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재미있게 (혹은 주의깊게) 보는 TV 드라마나 예능, 시사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의 화려함 뒤에는 방송 종사 노동자들의 '피, 땀, 눈물'이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방송 종사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작업환경을 누리지도 못하고 '쪽대본' '19시간 노동' 등과 같은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다 숨진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론이 잘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 충청북도 지역의 SBS 제휴방송사 청주방송(CJB)의 이재학 PD가 세상을 떠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재학 PD는 CJB에서 14년간 '프리랜서' 지위로 일해왔던 노동자였습니다. 2018년 이재학 PD는 인건비가 너무 적어 CJB 측에 임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당했고 이후 억울함을 풀기 위해 CJB 측과 1년 6개월 동안 CJB 사측을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전개했으나 2020년 1월 22일 1심 패소했고 2월 4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송 종사 노동자들의 죽음은 청주방송(CJB) 이재학 PD만 겪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2016년 CJ E&M 산하 종합 엔터테인먼트 방송 tvN의 이한빛 PD 사망 사건은 노동인권 개념이 희박한 이 나라 방송계에 '방송 종사 노동자들의 인권은 무엇인가'라는 성찰을 우리 사회에 던졌습니다. 이한빛 PD는 2016년 1월 CJ E&M에 입사하여 그 해 4월 tvN 드라마 '혼술남녀' 제작팀에 배치되어 촬영 준비부터 데이터 전송, 촬영장 정리, 정산 및 편집 등의 업무를 수행하다 같은 해 10월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이한빛 PD는 드라마 '혼술남녀'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업무로 인한 피로뿐 아니라 괴롭힘까지 당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방송 종사 노동자들이 해마다 목숨을 잃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시청률과 자본에 좌우되는 방송 환경에 있습니다. 방송사들은 더 많은 광고주를 끌어들이기 위해 시청률을 높이려 하고, 그 과정에서 드라마나 예능,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단순직, 혹은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투입하는데, 이들에게 최소한의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저 그들에게 단순히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해!"라고 떠들어 댈 뿐이지요. 그렇게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해!"식의 강압에 시달리는 방송 종사 노동자들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에 있어 고된 노동으로 인해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이고 우울이나 분노에 시달리기도 하며, 사측에 의해 괴롭힘까지 당한다고 하네요. 이렇게 방송계가 참 잔인해졌는데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은 이에 대해 성찰할 줄도 모릅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노동인권 교육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단지 자본의 입맛에 맞는 무한 시청률 지상주의와 노동인권이 무시되는 빨리빨리식의 제작 업무 환경으로 방송종사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방송사들은 제발 죽어가는 방송종사노동자들과 시청자들 앞에서 공식 사죄하거나 단체 반성문을 썼으면 합니다. 다시는 시청자와 방송 종사 노동자에게 죄를 짓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