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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메리카에 '베네수엘라'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이 나라는 풍부한 석유 매장량을 가지고 있고, 미인 대회 7회 우승을 기록한 '미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빈부격차가 극심한 나라이기도 하지요. (2020년 현재도 베네수엘라의 빈부격차는 심한 편에 속합니다.)

그런데 1998년 베네수엘라에서 급진주의 정당 '제5 공화국 운동당'의 차베스 후보가 당선됩니다. 비록 차베스는 독재적인 통치 스타일로 미국을 비롯한 해외는 물론 베네수엘라 내에서도 비판을 받아왔지만, 실업률을 18%에서 13%로, 유아사망률을 21%에서 17%로 낮추었고, 탈세에 있어 강력한 규제를 적용해 정부 재정건전성을 증대시켰으며, 베네수엘라인의 절대다수(70%)를 차지하는 빈곤층 자녀에 대한 무상 교육•무상의료•무상보육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헌법 읽기'를 생활화하는 등의 긍정적인 '공'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개혁들이 베네수엘라에 뿌리깊게 박힌 부르주아민주주의-금권정 자본주의 전통을 완전히 타파하지는 못했습니다. 차베스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한계를 드러냈고, 베네수엘라에 자본주의[즉 금권주의] 전통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인정했을 정도로, 베네수엘라는 여전히 자본주의, 부르주아민주주의 금권정 국가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언론들은 그를 반기지 않았습니다. 그가 오면 그동안 누려왔던 자신들의 특권과 기득권이 단숨에 무너질 거라고 우려했지요. 그와 대립각을 세웠던 특권언론들 - 정확히는 거대 신문사들(El Universal, El Nacional, El Mundo)과 거대 방송사들(RCTV, Venevisión, Televen, Globovisión)은 모두 토착 민간 독점자본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타 남미 국가(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민영 상업언론들의 천국이라죠. 언론이 자본권력에 예속된 셈입니다.결국 그 '대다수 언론'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되찾고자 2002년 4월 11일, 군부와 미국의 집권 매파 세력(조지 W.부시)과 한패가 되어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이 때 차베스는 쫓겨나고 외딴 섬으로 납치당했지요. 그러는 동안 '그 언론들'은 베네수엘라인들의 눈과 귀를 '겁주기 보도'로 계속해서 베네수엘라인들에게 불안감을 부추겼습니다. 하지만 이틀 뒤 언론들과 우익 군부 매파들의 실상이 해외언론과 베네수엘라 내의 '시민 매체'를 통해 낱낱이 밝혀지면서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가 대통령임을 자청했던 페드로 카르모나 베네수엘라상공회의 의장은 물러갔고, 차베스는 다시 권좌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가 있었는데, 차베스는 '그 언론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가 제정했던 미디어 관련 법과 교육 또한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지요. 그러는 사이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자본주의 거대언론에 더욱 익숙해져 '그 언론들'을 소유한 부자들은 쿠데타 이후 더욱 더 '자본의 이익'에 복무했고, 오히려 이 때 광고수익을 짭짤하게 누리면서 계속 전성기를 누리게 됩니다. (뭐 이런 아이러니가 있나! 그 부자언론들 좀 강력하게 엄벌하셨어야죠...) 이후 '그 특권언론들'은 2013년 차베스가 사망한 뒤에도 계속해서 60년이 넘도록 베네수엘라의 특권 세력으로 군림하고 있지요.

 

이 사례에서 보듯 21세기에는 언론 스스로가 독점재벌 마피아들, 부패정치 마피아들과 함께 절대권력이 되어 사회를 어지럽히는 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언론권력이 무서워졌다는 의미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언론권력의 힘에 대해 제대로 알고는 있는 걸까요? 아마 모를 겁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여기 나온 베네수엘라만 족벌언론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게 아닙니다. 서민을 위한 정부라는 김대중 정부도, 자칭 참여정부인 노무현 정부도, 촛불혁명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도, 조중동과 종편을 비롯한 족벌 찌라시 기레기언론을 강력하게 처벌하지 못했고, 그 언론들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족벌 찌라시 기레기언론의 스폰서인 거대 자본과 그들을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자한당-우공당을 비롯한 국정농단 적폐들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타락한 언론을 정화시키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그런데 '언론개혁'이라는 구호만으로는 이루어 질 수 없지요. 시민들이 스스로 미디어를 만들고, 시민들이 거대 미디어를 감시할 줄 아는 능력도 기르고, 신문기사나 TV 프로그램의 내용 속 진실과 허위를 가릴 줄 아는 능력도 더욱 중요하답니다.

여러분은 혹시 공산당이 미디어를 통제하는 중국에도 저항 언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바로 중국 남부 광동성에 있는 <남방주말(南方周末)>이라는 잡지사입니다. 1984년 광동성에서 창간되어 중국 공산당(=1949년부터 70년째 중국 기득권세력)의 모진 탄압 속에서도 중국 사회 내부의 문제를 폭로해 온 독립 언론입니다. 그런 <남방주말>이 6년 전인 2013년 1월 중국과 대만 등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바로 사설 외압 문제였는데요. 중국 공산당 정권이 자기네 관영언론 <환구시보(环球时报)> 사설을 게재하라는 요구를 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방주말 기자들과 경영진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SNS 서비스 '시나 웨이보(新浪微博)'에 "남방주말 힘내라!(南方周末, 加油!)" "남방주말 전진하라!(南周前进!)" 등의 문구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남방주말>에 더욱 더 압력을 넣었고, 결국 남방주말은 환구시보 사설을 싣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남방주말은 결코 중국 정부에 무릎꿇지 않았습니다. 해당 사설을 실었지만, 편집인의 서명을 뺐고, 인터넷판에는 '남방의 죽'이라는 칼럼에서 '남방에서 온 한 그릇의 뜨거운 죽, 그 안에는 한 줌의 용기가 들어 있도다. 추운 밤 풍진 세상에서 이 한 그릇의 따뜻한 죽만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으리....'로 끝까지 언론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되새겼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동안 대한민국은 이명박근혜로 대표되는 수구 적폐들이 언론을 야금야금 먹어치웠습니다. 그들의 하수인인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신문들이 신문판을 다시 지배하고, KBS와 MBC가 수구보수 세력의 프로파간다가 되었고, SBS와 TV조선, JTBC, 채널A, MBN, YTN 등 민간방송은 재벌기업과 족벌세력들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박근혜 정권(2013 ~ 2017) 시절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제대로 된 원인규명은 커녕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낸 곳이 바로 MBC였습니다. MBC는 2010년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MB씨'라는 멸칭을 갖게 되어 국민들의 버림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시기 동안 MBC는 정권과 자본의 비리를 감시하던 탐사보도 프로그램 <뉴스 후>를 시청률 문제라는 그럴싸한  핑계로 없애 버렸습니다. (대신 시시껄렁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을 신설했습니다.) 급기야 2012년에는 <PD 수첩> <시사매거진 2580> <W> <뉴스 후> <MBC 스페셜> 등을 제작해 온 시사교양국까지 폐지했습니다. 김재철, 김장겸을 비롯한 낙하산들은 이명박근혜 친화적이고 국민을 적대시하는 '막장 방송'을 만들어 MBC를 파탄으로 내몬 장본인들입니다. 이들에 대한 엄벌은 2019년 현재까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정수장학회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지요.현재 MBC의 사장을 맡고 있는 최승호 PD 역시 탐사보도프로그램의 부활에는 너무 소홀하고, MBC에 여전히 남아 있는 '또 다른 낙하산' 신동호 아나운서와 양승은 아나운서를 완전히 물러나게 하기는 커녕 단순 보직정지, 정직 몇 개월 정도의 조치를 내리는 데에 그쳐 언론개혁을 바라는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중국 공산당에 맞서 저항하는 <남방주말>보다도 못한 게 이 나라의 공중파들이란 사실을 여기 나온 이명박근혜 시대(2010 ~ 2017)의 암흑기 MBC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