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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에 이런 청원이 올라와 있다. "한때 지상파 방송을 좋아했던 국민입니다. 2017년 방송통신 위원회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KBS, MBC, SBS 3사 모두 재허가 기준 점수를 넘지 못했다고 알렸습니다. KBS 1TV(채널 9번)는 646.31점, KBS 2TV(채널 7번)는 641.60점, MBC(채널 11번)는 616.31점, SBS(채널 6번)는 647.20점으로 기준점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종합편성채널 JTBC(채널 15번)는 85.37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3관왕에 등극했습니다. 결론 내리면, KBS, MBC, SBS를 폐지시키고 JTBC를 지상파로 승격시켜, 수신료를 모아 JTBC에게 주고 EBS 수신료도 JTBC가 담당하게 해야 합니다." 내가 이 청원을 봤을 때 '이게 뭐지?' 싶더니, 이 청원의 배경에는 공중파의 타락이 배경에 깔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느 국민청원 - KBS, MBC, SBS를 없애고 JTBC를 공중파로 승격시켜 달라는 내용.>

 

[공중파 3사의 속성 : 비판 기능보다 오락 기능이 좋아!]

사실 KBS, MBC, SBS 모두 공공성이나 매체의 비판 기능보다는 오락 기능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언론판을 황폐화시킨 이명박근혜 이전에도 심각한 문제였다. (1970~80년대 군사독재 시절(1980년 이전에는 KBS-MBC-TBC)은 말할 것도 없다.) 1993년 '문민 정부'를 표방하는 김영삼 정권이 들어선 이후부터 KBS, MBC, SBS는 오락 기능에 본격적으로 몰입하기 시작한다. 이들 오락 프로그램은 신변잡기나 시시껄렁한 억지웃음을 대부분 포함했으며,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 등 상업방송이 발달한 국가들의 TV 프로그램을 마구잡이로 베꼈는데 (이 나라의 방송은 공교롭게도 그들의 영향을 받고 자랐다. 유럽이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타국 방송을 베낀 해당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과 방송위원회, 시청자단체의 비판을 받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반면 이들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들, <추적 60분(KBS)>이나 <PD수첩(MBC)>, <시사매거진 2580(MBC)>, <그것이 알고 싶다(SBS)>와 같은, 비판 기능에 충실한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그것도 심야)에 주로 편성되어 (물론 그 당시에는 낮방송이 없었던 아침방송(오전 6:00~11:00)-오후방송(오후 5:00~ 다음 날 오전 1:00) 2원제였으므로 9시 혹은 8시 메인뉴스가 끝나는 9:40 혹은 8:40부터 심야시간대로 직행했다.) 명맥만 유지하고 말았다. 즉, 공중파 3사는 언론으로서 가져야 할 비판적 저널리즘을 소홀히 하고 시청자를 마취시키는 자극적 오락 기능에만 매몰된 채 스스로 가치 없는 매체임을 자신들도 인정하고 말았다.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공중파 3사는 비판 기능보다 오락 기능에 더욱 더 신경을 쓰기 시작하더니, 언론 황폐화의 주범 이명박근혜 시기부터는 완전히 '오락 방송'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실제로 2010년 MBC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뉴스 후>와 <W>를 폐지하고 음악전문 방송 M넷의 <슈퍼스타 K> 시리즈를 본딴 <위대한 탄생>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과 언론학자, 언론노조 등 시민사회에서는 "공영성이 후퇴한다"고 비판했으나 MBC 경영진들은 입을 닫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버린 2019년 현재, 오늘날 많은 이들이 KBS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9시 뉴스>나 <추적 60분>이 아닌 <1박 2일>이나 <뮤직뱅크>,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떠올리고, MBC 하면 <뉴스데스크>나 <PD수첩>이 아닌 <무한도전>, <쇼! 음악중심>, <복면가왕>을 더 많이 떠올린다. SBS 하면 <8시 뉴스>나 <그것이 알고 싶다>가 아닌 <런닝맨>을 더 많이 떠올리는 젊은이들도 있다. (허나 요즘 젊은이들은 공중파가 너무 시시해져서인지, tvN이나 JTBC 등 엔터테인먼트 종합 편성채널로 몰려 가고 있지만, 여전히 공중파 예능은 고정 시청자가 몇몇 남아 있어 위력이 강한 편이다. 반면 탐사보도 프로그램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이게 언론이 맞나 의심스럽다.) 결국 KBS, MBC, SBS 모두 비판기능을 상실하고, 저널리즘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미디어로서의 성격이 고착화되었고, tvN 뺨 치는 오락방송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민주국가의 방송이 저 수준이라니! 우리보다 '방송 오락화'의 폐해를 먼저 겪은 대만 못지 않게 처참해지고 만 것이다.

 

[시청률 지상주의와 자본의 유혹 : 공익을 포기하고 오락을 권장하라]

그렇다면 공중파 3사가 시민과 시청자단체의 욕을 '겁나게' 먹어도 버티는 이유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것은 바로 자본의 논리, 즉 '하늘을 찌르듯 올라갈까 내려갈까' 하는 시청률 논리와 '풍부한 광고수익으로 방송사의 배를 불룩하게 채우는' 자본의 유혹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뒤틀린 나라는 일본이 대표적이다. (당장 요미우리신문 산하의 NTV나 산케이신문 산하의 후지TV만 하더라도 <JTBC 뉴스룸>이나 <국민TV 뉴스K> 같은 수준 높은 보도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가 없다. 대신 온통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저질 포르노' 수준의 시시껄렁한 오락방송만 판친다.) 시청률 지상주의와 자본에 유혹에 물들어 타락한 공중파가 판을 치는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방송사들이 권력이나 재벌을 비판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권력[=자민당]과 친하고 자본[=우익기업]과 한 몸이 되어 그들을 '스포트라이트'에 오르게 하는 데는 1등이다.) 이 나라도 일본과 다를 게 없다. (어느 정부가 와도 KBS의 고질병인 '대통령이 사장 선임하기'는 계속되고, MBC는 정수장학회를 비판하는 보도를 아직도 못 하고, SBS는 여전히 태영건설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니....) 흔히들 방송계에서 가장 비판받는 곳은 막말-극우 일색의 TV조선과 채널A지만, KBS, MBC, SBS도 TV조선, 채널A 저리가라 할 정도의 '막장성'을 보여준다. 아침 시간대와 초저녁 시간대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막장 드라마'만 봐도 알 수 있다. 막장 드라마는 불륜,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등 '너무나도 뻔한 설정'에 치우쳐 있어 자극성은 있을지라도, 교훈이나 깊이가 없을 뿐더러, '며느리는 이래야 한다' '사위는 이렇게 해야 한다', '여자는 이렇게 해야 한다' 등 여성차별적 이데올로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데 1등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순간 우리는 여성차별적이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에 아무렇지 않게 마취되는 셈이다. 끔찍하지 않은가?

어디 '막장 드라마'만 그럴까? 먹는 방송, 소위 '먹방'도 문제가 있다. 좁게는 KBS 2TV의 맛집 방송 '생생 정보통'부터 넓게는 CU미디어의 '맛있는 녀석들'이나 SBS '백종원의 골목 식당'에 이르기까지, TV는 '먹는 방송'에 점령당했다. 이런 방송에서 해당 식품이 가진 영양학적, 질적 문제점을 제대로 검증하는 담당자는 하나도 없다. 그저 '이거 맛있어요, 저거 맛있어요' 이런 소리나 나올 뿐이다. 이거 무슨 '아프리카TV'나 '유튜브' 같은 개인방송 혹은 동영상 사이트도 아니고 말이다. 이러한 '먹방'들이 넘쳐날수록, 음식의 질이나 건강 문제와 관련된 주제는 갈수록 줄 수 밖에 없다. 결국 우리의 눈과 귀는 그렇게 '획일화'된다. 이렇게 공중파들은 공익과 비판기능의 사명을 다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는 내팽겨 쳤고, 시청률과 자본의 광고수입을 '빵빵하게' 보장할 막장드라마와 먹방으로 무장했으니, 결국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공중파 3사 자신들만 모르고 있는 셈이다.

 

[처참한 대가 : TV조선, 채널A 부럽지 않은 '불량 언론']

그 대가로 KBS, MBC, SBS 모두 2017년 말 재허가 탈락수준의 점수를 받고, (그리고 드디어 2019년부터) 적자가 나도, 막장드라마와 먹방을 못 버리고, 시청률에 좌우되고, 권력과 자본에 대한 날카로운 보도를 기대할 수도 없게 되었다. 막장 방송의 대명사 'TV조선'과 '채널A'도 울고 갈 수준이다. 정말이지 TV조선과 채널A 못지않은, 아니지, TV조선이나 채널A보다 훨씬 더 건강한 문화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 공중파들이다. TV조선과 채널A는 극우 뉴라이트 성향의 패널들과 필터링 없는 막말로 먹고 살고, KBS MBC SBS는 막장드라마와 먹방으로 먹고 살고 있으니, 이런 나라에서 건강한 문화가 꽃피울 수 있을까? 이런 방송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주인다운 삶, 도덕적인 삶을 살 수 있는가? 그나마 JTBC와 EBS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JTBC를 공중파-공영방송으로 승격시켜 시청료도 JTBC가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중동이 여론을 좌우하는 현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JTBC도 손석희가 떠나면 도로 '조중동 방송'으로 전락하기 쉽고 (더 나아가 '삼성 신문 중앙일보의 방송사'로 추락할 수도 있다.), EBS는 아직도 교육과 문화예술 및 교양 기능에만 치우쳐 있어, 교육방송으로 시작해(1952년 NET[미국국립교육텔레비전]으로 방송개시) 정치시사 현안까지 다루는 미국의 PBS[미국공영방송서비스재단]와는 달리 여전히 '교육 방송'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을 보노라면 정말 이 나라의 방송이 JTBC와 EBS를 제외하면 극도의 도덕적 타락과 우편향성에 빠져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현실에서 우리가 살 길은, [개인이 해야 할 일로]공중파에 숨은 이데올로기의 실상을 깨닫고, 그들의 마취에서 벗어나 헌법을 읽어 민주의식, 주인의식을 키우고, [사회가 해야 할 일로는] 대안언론(뉴스타파, 팩트TV, 국민TV, 미디어오늘 등)을 권장하여 공중파가 가르쳐 주지 않는, 세상의 진실을 알고 깨어나는 일밖에는 없다. 권력과 자본에 점령당해 썩은 기자들이 판 치는 공중파에 어떻게 희망이 존재하는가? 없다. 결국 썩은 세상을 걷어낼 '희망'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권력과 자본의 사슬에서 벗어나 조금만이라도, 자유로워지자. [2019.9.6 DVS]

<여러분의 공감 하나가 DVS 논평에 큰 힘이 됩니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못지않게 수구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중앙일보와 손석희 사장 이후 저널리즘이 가야 할 방향으로 떠오른 중앙일보 산하 종합편성채널 JTBC. 이 둘은 얼핏 보면 성향이 달라 '상극'일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중앙일보 그룹'이라는 언론그룹에 묶여 있고 더 나아가 '삼성'이라는 거대 자본에 둘러싸여 있다. 과연 이 나라의 언론은 얼마나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이미 재벌인 조선일보와 TV조선은 태생부터가 족벌집단이니 그렇다 치고, 비단 이 문제가 중앙일보와 JTBC만의 문제인가?

JTBC도 '조중동'의 굴레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사진은  중앙미디어네트워크 계열지도

[삼성과 중앙일보-JTBC의 관계]

알다시피 중앙일보는 1965년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에 의해 창간된 신문이 맞다. 삼성그룹은 이보다 1년 앞선 1964년 동양라디오와 동양텔레비전(TBC)을 통해 언론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1960~70년대 방송계를 호령한 동양라디오와 동양텔레비전(TBC)는 삼성을 날카롭게 비판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했을 무렵 삼성그룹의 대변인 노릇을 한 것이 중앙일보와 동양라디오, 동양텔레비전(TBC)다. 재벌의 비리에 굴복한 것이다. (태생이 재벌언론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2013년 정명환 전 대학교수가 펴낸 <인상과 편견>이라는 책에는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TBC 방송국과 신세계 백화점은 모두 이병철의 사업체다. 그는 자신의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자신이 소유한 텔레비전 방송사[=TBC]를 이용해 널리 알리고[=제일기획], 자신의 백화점[=신세계]에서 판다. 시민들은 그 광고를 보고 좋은 제품을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혜택을 얻지만, 그로 인해 영세 소매상인들은 파산하고, 시민은 그의 자본을 자꾸만 축적시키게 된다." 자본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 나라 언론과 자본에 마취당해 살아가는 이 나라 국민들의 비참한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구절은 2019년 현재 이 나라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중앙일보는 또 어떤가? 1980년 언론통폐합으로 인해 동양라디오, 동양FM, 동양텔레비전(TBC)을 신군부에 뺏긴 이후부터는 친재벌 성향과 함께 친정부적, 극우보수적 성향 또한 심화되어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함께 '3대 수구언론'으로 악명을 떨치게 된 곳이 중앙일보다. 이런 언론에서 손석희와 같은, 삼성을 향해 정면으로 돌직구를 날리는 비판적인 성향의 저널리스트가 나올 수 있는가? (역설적이게도 2013년 중앙일보 산하 방송 JTBC가 손석희를 보도부문 사장으로 영입하고 <JTBC 9시 뉴스(現 JTBC 뉴스룸)> 앵커로 취임하면서 JTBC와 중앙일보 사이에 상호비판, 상호견제 분위기가 생겨났다지만, 중앙일보도 JTBC도 여전히 자신들의 '태생적 토대'인 삼성그룹의 눈치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정수장학회와 MBC의 관계]

비단 중앙일보와 JTBC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공영방송을 표방하는 MBC는 어떠한가? '방송문화진흥회'라는 공적 기관이 지분의 70%를, '정수장학회'라는 사립 재단이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MBC는 민영방송이라고도 말하기 곤란하고, 공영방송이라고 단정내리기에도 복잡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30%의 지분'을 가진 정수장학회가 MBC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MBC가 정수장학회를 비판하는 보도를 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 1961년 5.16 쿠데타로 부산일보와 부산MBC(1961년 개국한 MBC 서울본사보다 2년 앞선 1959년 개국)가 박정희 군부정권에게 넘어가 버린 이후부터 MBC 역시 보수적인 성향을 띄게 되었다. MBC는 '공영방송'임을 표방해도, 여전히 '정수장학회'의 입김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이런 방송을 공영방송, 공중파 방송이라 부를 수 있는가? 역대 MBC의 경영진들은 왜 정수장학회를 비판하지 못하는가? 방송문화진흥회와 정수장학회의 주주총회 의결 때문이다. 진정 MBC가 공영방송이라면 정수장학회의 유혹을 떨쳐내고 국민들이 직접 사장을 뽑게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MBC는 왜 정수장학회 앞에 가면 작아지는가? 어쩌면 MBC의 실소유주는 정수장학회가 아닌가 싶다.

 

2013년 사망한 정수장학회 최필립 전 이사장과 정수장학회, 문화방송(MBC), 부산일보. MBC와 부산일보는 정수장학회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태영건설과 SBS, 현대그룹과 문화일보, 삼양사와 동아일보-채널A, 한국전력-YTN의 관계 또한 자본과 언론의 혈연관계]

삼성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중앙일보와 JTBC, 정수장학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MBC뿐 아니라 SBS도 문제가 있다. SBS가 어떤 방송인가? 1990년 노태우 정권 당시 불교방송(BBS), 평화방송(PBC) 등 신생 민영방송이 등장하면서 '민영방송 부활'이 대두되었고, 이를 토대로 1991년 3월 라디오, 1991년 12월 TV방송을 개국한 것이 SBS다. 물론, SBS의 소유주는 태영건설이다. SBS가 태영건설의 비리를 보도한 적이 있었을까? 없었다. SBS가 태영건설의 노동자 탄압을 비판할 수 있을까? 못 한다. 태생부터 태영건설의 하수인이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비단 중앙일보-JTBC, MBC, SBS만 자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문화일보'라는 신문은 또 어떠한가? 조중동 못지않게 극우성향이 강한 문화일보는 1991년 현대그룹에 의해 문화 전문 일간지로 창간하다 얼마 안 되어 종합지로 전환했다. 문화일보에서는 현대그룹과 그 후계 기업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이나 비리, 부패의 실상을 취재하지 않았다. 현대그룹이 만든 신문이었기에 재벌기업의 시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앞서 언급된 중앙일보, 문화일보, 그리고 태생부터가 족벌언론인 조선일보와 함께 수구언론의 대명사 중 하나인 '동아일보'와 그 산하 종합편성채널 '채널A'는 삼양사에서 자유로운가? 삼양사와 경방(구명칭 경성방직), 동아일보와 채널A는 서로 사돈지간을 구축하고 있다. 이것 때문에 동아일보와 채널A는 삼양사나 경방그룹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리와 갑질, 부패의 실상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나는 재벌이 만든 언론입니다'라고 스스로에게 커밍아웃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이들 못지않게 영향력이 큰, '24시간 한국의 뉴스채널'을 표방하는 YTN은 어떤가? 1997년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연합뉴스 통신사에서 YTN을 분리시켜 인수했는데, YTN은 한국전력의 비리와 부패, 노동조합 탄압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YTN도 자본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자신들 스스로 드러내고 말았다.

 

언론이 소수의 6개 자본에게 장악당한 미국의 현실

[언론이 자본권력에 장악당한 미국을 따라가는 이 나라]

지금까지 삼성그룹과 중앙일보-JTBC를 비롯하여 정수장학회와 MBC, 태영건설과 SBS, 현대그룹과 문화일보, 삼양사-경방그룹과 동아일보-채널A 그리고 한국전력과 YTN의 사례를 통해 자본과 언론의 '기막힌' 공생관계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나라에서는 자본권력을 향한 날카로운 저널리즘을 찾아볼 수가 없다. 미국만 봐도 그 답이 나온다. 미국도 우리 못지않게 (우리보다 30년 먼저) 자본권력에 언론이 장악당한 나라인데, 월트디즈니 픽처스가 ABC를, 바이아컴이 CBS를, GE가 NBC를, 루퍼트 머독이 FOX TV와 FOX 뉴스 그리고 뉴욕포스트 신문을, AT&T가 CNN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언론에서 자신들의 대주주를 비판하는 보도는 나올 수가 없게 되었고, 미국인은 자본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 자본권력에게 장악당한 미국 언론의 몰락을 따라갈 것인가? 이를 막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대안 언론(뉴스타파, 국민TV, 팩트TV, 고발뉴스, 미디어오늘....)을 통해 주권자가 주인 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자본권력에 장악당한 기업언론을 보면 볼수록, 우리는 재벌의 노예가 되어 물질주의에 빠져 인간적 가치를 외면하는, 삭막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기업언론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나 역시 여전히 조선일보나 MBC 등 기업미디어들을 통해 뉴스를 얻고 있는 현실이다.) 그들이 너무 비대하기에 우리로서는 그들을 막을 힘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손에는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대안 언론들 - 앞서 언급한 뉴스타파나 국민TV 등을 통해 기업언론이 감추는 진실을 알 수 있다. 나부터라도, 언론과 자본의 공생관계와 그 실상을 알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2019.8.27 D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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