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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툰베리를 보면서 기후변화로 지구 위기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를 대신하여 권력을 가진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를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 남한이건 북한이건 미국이건 중국이건 기후변화에는 왜 이리 관심이 없는 걸까?

1970년대 미국에서는 가정용품 내 화학물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습니다. (사실 이런 건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Pittsburgh, Pennsylvania)의 '피츠버그 어린이병원(Children's Hospital of Pittsburgh)'에서는 1971년 화학물질 경계 캠페인의 일환으로 'Mr. Yuck' 마크를 제작하고 화학물질 경계 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영상 한 번 보시죠.

 

1970년대 미국 각 주의 독성유해물질 관리센터의 'Mr. Yuck' 공익광고. (해당 버전은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 주 버전.)

가사는 이렇습니다 (그런데 노래가 좀 소름끼칩니다):

 

Muhahahahahahahahahaha!

음하하하하하하하하하!

Mr. Yuck is mean, Mr. Yuck is green

Mr. Yuck은 잔혹해, Mr. Yuck은 초록빛이야!

Home is full of lots of things that children shouldn't touch,

집안에는 아이들이 만져선 안 될 것들이 많아

Home is full of bad things that can hurt you very much

집안에는 너를 아프게 할 나쁜 것이 많아

Now there's a man whose face is green that you ought to get to know

너에게 반드시 명심할 것을 알려주는 초록빛 얼굴 표시가 있어

He'll warn you when dangers coming fast and slow.

위험한 게 널 노릴 때 그가 경고를 줄 거야

Get to know his face, in every single place

어느 곳이든지 그의 얼굴을 알 필요가 있어

When you see it you'll know quick, things marked yuk make you sick,

너는 금방 알 수 있어, 'Yuck' 마크가 있는 건 널 아프게 해

Sick, sick, sick.... Sick, sick, sick.....

아프게, 아프게, 아프게 할지도 몰라. 아프게, 아프게, 아프게....

Mr. Yuck is mean, Mr. Yuck is green!

Mr. Yuck은 잔혹해, Mr. Yuck은 초록빛이야!

Muhahahahahahahahahaha!

음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영상에 나오는 Mr. Yuck 로고도 소름끼치고, 이 영상 속 노래도 소름끼친데, 어쨌든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알려주는군요.

 

물론 이 캠페인은 1980년대 들어 자취를 감취었으나, 그 이후에도 화학물질의 폐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조차 소극적인 것을 보면, 이 방법이 꽤 효과가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화학물질 공포 없는 세상은 언제쯤 오려나?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는 부르주아민주주의의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국가라 할 수 있습니다. 부르주아민주주의..... 이 말은 무슨 의미일까요? 그것은 겉으로는(형식상으로는)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속을 뜯어 보면 억만장자들이 좋아하는, 다시 말해 부자들을 위한 일종의 '유사민주주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즉 민주주의라고 말하지만, 99% 민중보다는 1% 특권층, 부자들, 억만장자들, 엘리트들을 위한 일종의 '형식상 민주주의' 혹은 '인기투표주의'라 할 수 있지요.

데이빗 코크와 찰스 코크는 미국 정치판을 돈잔치, 즉 금권주의로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주류 우파 양당은 그들의 돈으로 먹고살고 있다. 그 결과로 미국 정치는 부자들, 즉 억만장자들의 돈잔치 경연장으로 전락하였고, 억만장자들에 비판적인 정책은 나오지 않는, 부자 중심주의 정치로 전락했다. [영상=PBS 'News Hour']

미국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부르주아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국가입니다. 미국 정치판을 잘 살펴보세요.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트럼프건 힐러리건 부시건 오바마건 그들도 억만장자들의 막대한 후원을 받고 정치를 한답니다. 미국 정치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존재가 바로 억만장자들이죠. 특히 데이빗 코크(David Koch)와 찰스 코크(Charles Koch) 형제는 공화당-민주당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양대 우파들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또한 맥도날드나 코카콜라, GE 등 여러 대기업들도 역시 미국 정치의 주인공들이지요. 그만큼 미국 정치는 '돈 잔치'라는 것이지요. 이들은 대통령선거나 중간선거에서도 그 힘을 발휘합니다.

 

이들 억만장자들이 미국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그들의 후원금이 없으면 버틸 수 없기 때문이지요. 심지어 이들은 대기업과 손잡고 로비를 일삼는 등 '정통 민주주의'인 유럽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합법적 비리행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미국 정치가 코크 형제라는 억만장자들에게 지배당하고 있다고 비꼬는 노래도 나왔을 정도라죠. 한 번 들어보도록 합시다.

미국 정치판을 지배하는 억만장자 데이빗 코크와 찰스 코크 형제를 비꼬는 노래 [영상=FOX 'Animation Domination High-Def']

자, 이제 미국 정치가 얼마나 '부자들의 잔칫상', '재벌 파티'가 되었는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지요? 일본으로 가 봅시다. 일본은 민주주의를 가장한 자민당 1당독재가 1955년 이래 65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내각제 국가 중에서도 가장 관료적인 내각제라 국민들이 직접 투표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라죠. 이런 나라에서는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지기가 쉬워져서인지 의원 선거보다 아이돌 인기투표가 훨씬 더 인지도 있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AKB48 총선거입니다.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AKB48가 어떤 아이돌그룹인가에 대해 간략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그룹은 2005년 12월 8일 도쿄 도 치요다 구 아키하바라에 전용 공연장이 개관하면서 등장했으며, 팀A, 팀K, 팀B, 팀4, 그리고 토요타 자동차의 스폰서를 받고 만들어진 팀8까지 총 5팀이 있는데, 이들에게는 연례행사로 '선발총선거'가 있습니다. 즉, 자기가 좋아하는 멤버를 가운데에 세우기 위한 일종의 '인기투표'이자 '인기 쟁탈전'이지요. 한 번 봅시다!

 

인기투표가 실제 선거를 추월하는 나라. 그것이 현재의 일본이다. AKB48 총선거는 이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이것도 일종의 부르주아민주주의다. [영상=読売テレビ(ytv) '情報ライブ! ミヤネ屋']
그런데, 이런 식의 투표는 주주총회 방식을 따르고 있어서인지 종종 조작(주주총회에서의 '지분 쟁탈전')이 일어나기가 쉽다. 2017년 AKB48 선발총선거 도중 무명이었던 니가타 현(新潟県) 자매그룹 NGT48의 오기노 유카(荻野由佳)의 득표율이 AKB48 TEAM B의 와타나베 마유(渡辺麻友)의 득표율을 초월하는 부정 선거가 일어나고 말았다. [영상=AKB48 총선거속보 중계]

그렇다면 AKB48 총선거는 진정한 의미의 선거라기보다는 기업 주주총회에 훨씬 더 가깝다 할 수 있겠지요. 부르주아민주주의의 경제는 자본주의 경제인데, 자본주의 경제를 먹여살리는 주체는 대기업 혹은 재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대기업이나 재벌에서는 누가 더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가를 가지고 총회를 엽니다. 바로 '주주총회'라 불리죠. 삼성전자를 보세요.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고 2대 주주는 같은 삼성 계열기업인 삼성생명이, 3대 주주는 미국의 투자회사 캐피탈 그룹(The Capital Group)입니다. 즉 주주들이 자신들이 소유한 지분을 통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체제죠. AKB48 총선거도 이와 마찬가지로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득표수를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한답니다. 주주총회에서 지분을 더 많이 가진 개인이나 기업이 발언권을 강하게 행사하듯, AKB48 총선거에서 팬들이 모은 득표수를 더 많이 가진 멤버가 '센터' 혹은 '선발'이 되는 구조죠. 이것도 일종의 부르주아민주주의 내지는 금권정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 오늘 영상 어떠셨습니까? 민주주의라고 해서 다 똑같은 민주주의를 기대한다면 착각입니다. 사회주의를 강조하는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인민 민주주의'도 있고, 독일이나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처럼 '사회민주주의' 국가도 있고,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부르주아 민주주의'도 있습니다. 사람들 중에도 부르주아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사회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집어삼킨다면 부르주아민주주의가 되기 쉽지요. 데이빗 코크와 찰스 코크라는 억만장자가 지배하는 미국이나 AKB48 총선거(라 하나 사실상 주주총회)가 실제 선거보다 인지도 높은 일본이 이런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들은 흔히 미디어하면 조선일보나 한겨레 같은 대형 신문사나 KBS, MBC, SBS로 대표되는 공중파 방송, JTBC나 TV조선 같은 종편채널 등 주류 상업 미디어를 으레 자주 떠올리시는데요, 그런데 이런 미디어들만 미디어가 아니랍니다. 마을 신문, 마을 라디오 방송 등 '공동체 미디어'에 대해 자주 아시나요?

 

공동체미디어는 지역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이지만 민중에 의한, 민중을 위한 일종의 '자발적 언론'으로, 기존 기성 미디어(신문, 공중파, 종편...)가 다루지 않는 지역공동체나 소외계층 등을 위한 '보완 매체'로, 시민사회의 여론다양성과 시민언론 주권 실현에 있어서 크게 중요한 존재입니다. 신문, 공중파, 종편 등 대형 매체들이 거대담론에 집중하여 국민들의 사고방식을 지배한다면, 공동체미디어는 대형 매체들이 외면한 지역 공동체 주민 및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벗'이자 '민중의 동지'이지요. 영상을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합시다.

 

첫 번째 영상은 서울 성북구의 공동체 미디어이자 공동체 텔레비전 방송국 '성북마을방송 와보숑TV(이하 와보숑TV)'입니다. 이 방송국도 일반 방송사들처럼 뉴스나 토크 쇼가 있는데, 놀라운 것은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마을 주민들이 직접 제작하고 방송한다는 점입니다. 놀랍지 않나요? 기존의 방송 매체에서는 방송 제작자와 시청자의 관계가 일방통행이라 시청자는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와보숑TV'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방송을 제작하고, 같은 마을 주민끼리 시청함으로 제작자와 시청자 간의 상호 소통 관계, 즉 쌍방향적 관계를 누릴 수 있어 기성 방송보다 민주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 소개할 공동체미디어는 수원 매탄마을의 '매탄마을 신문'입니다. '매탄마을 신문'은 수원 매탄의 지역민들이 함께 만드는 공동체 지역 신문으로, 마을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마을 주민들이 기자가 되어 직접 취재하고 기록하고 나누는 지역공동체언론입니다. 조선일보나 한겨레 같은 기존의 신문들이 서울중심적이고 자기 정체성을 모르는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를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한다면, 이 영상에 나온 '매탄마을신문'은 지역민들이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지역민과 공유하여 상호 의사소통을 확대하는 쌍방향, 다방향적 전달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내가 쓴 기사를 나의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보면 얼마나 기쁜지요! 이런 언론이 더 많아져야 사회가 건강해지는데 말입니다.

 

여기 나온 '와보숑TV(서울 성북)'와 '매탄마을신문(수원 매탄마을)'을 통해 우리는 단편적이고 일방적인 기존 언론에서는 볼 수 없는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습니다. 기존 언론의 주인공은 시민들이 아니라 권력자들과 자본가들이라면, 공동체미디어는 시민이 주인이고 시민들이 주인공이 되어 기존 언론이 할 수 없는 '소외된 우리 동지들'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꽃피울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이렇게 많은 공동체미디어가 있는데도 정작 이에 대한 정부예산은 참 초라한 게 이 나라 현실이랍니다. 하루속히 정부가 공동체미디어들을 적극 지원하여 주류언론(신문-공중파-종편방송)이 독점하던 언론생태계를 '확' 바꾸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물론 지역주민들도 스스로 공동체미디어를 후원하면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